[아파트] 상계 주공아파트 건축기행

서민을 위한 맞춤형 아파트
마들평야를 4만가구 모여사는 신도시로 개발
소비자 고려한 맞춤형 인테리어, 주상복합, Y형 U,L형 건물전시장

1989년 겨울. 4년 전부터 조성된 상계동 신시가지 한가운데 높이 솟은 아파트를 보며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분명 아파트가 4가구 들어가야 할 자리인 16~18층 사이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고층 아파트의 뻥 뚫린 빈 공간은 보기만 해도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이 아파트는 당시 서울에서 최고 높이인 25층으로 건립된 상계 주공4단지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를 설계한 건축가 조성룡씨는 "건물이 너무 높아 고층 주민들이 자칫 바깥과 단절될 수 있다"며 중간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 건축사에 없었던 첫 시도였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에 나가는 대신 공중 휴식공간에서 주변 경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이 공간을 놀이터 삼아 뛰놀았다. 그러나 이 특별한 공간은 벽을 타고 울리는 소음과 진동 때문에 이웃들이 불만을 제기해 나중에 폐쇄됐다.

상계 단지 고가 조수 타워
상계주공아파트(16개단지 4만224가구)는 1985년 11월 30일부터 1989년 12월에 걸쳐 조성됐다. 제5차, 6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저소득층 대상 주택을 공급하는 차원에서 건설된 것으로, 이전까지의 `아파트`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공중에 휴식공간을 두는 등 특이한 모양이었고 소비자 맞춤형 인테리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주택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혁신적인 시도가 돋보인 단지다.

일단 외형부터 달랐다. 판으로 찍어낸 듯한 네모 반듯한 주동(아파트 건물) 외에 Y자와 U자, V자, L자 등 다양한 건물을 지형에 맞게 배치했다. 12~15층 내외에 머물던 아파트 높이도 최고 25층으로 훌쩍 높아졌다. 다양한 외형에 걸맞게 평형 배치에서도 `믹싱` 개념을 도입했다. 29.7~82.5㎡(9~25평)으로 구성된 각 가구를 한 동에 섞어 넣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에서 선보이는 `부모-자녀 세대가 같이 살 수 있는 2세대형` 아파트의 원조도 상계 주공아파트다. 아래층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윗층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쓰는 복층형, 조부모가 따로 쓸 수 있는 별도의 현관과 간이부엌, 욕실을 설치한 이웃거주형 등이다. `3대가족형`아파트로 불리는 이 아파트는 조부모, 부모, 자녀 3대가 한 곳에 살아 주택 수요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설계로 호응을 얻었다. 또 소비자의 필요를 배려한 맞춤형 아파트를 지향했다. 큰 방과 작은방, 거실과 방 사이에 이동식칸막이를 움직이면 아이가 생기거나 손님이 방문했을 때 방 크기를 쉽게 조정할 수 있었다.

4만 가구 규모 신시가지를 조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신시가지가 조성되기 전 가옥 526채, 공장 171곳과 비닐하우스 2912건 등이 들어서 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도심지 재개발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터라 원주민 반발이 컸다. 택지매수를 끝내고 나니 기반공사가 막막했다.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으로 둘러싸인 마들평야(도봉구 상계동 창동 월계동 일원 330만㎡)는 중랑천보다 2m가 낮아 비가 오면 어김없이 잠겼다. 아파트를 세울 단단한 지반을 만들기 위해 35만㎡의 흙이 들어갔다. 연인원 1260만명이 철근 11만톤, 시멘트 500만포, 벽돌 3억2000만장을 날랐다. 신도시급인 과천(1만3522호), 개포(1만5710호)의 2배가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 중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처음으로 연 곳도 바로 상계지구다. 보상과 택지매수를 마치고, 기반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주택경기가 침체돼 미분양이 염려됐다. 주택공사는 1214㎡(368평)규모의 대형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 홍보영화까지 제작했다. 최근에는 분양단지마다 견본주택을 짓고 TV광고를 만드는 일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차 분양분인 4046가구는 1만8758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6대1까지 올라갔다.

상계 단지
지금은 입주한지 20년이 넘은 중년단지지만 상계주공아파트에서는 아직도 주민 자치 활동이 활발하다. 또 인근에 뉴타운이 들어서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단독주택과 무허가 건물, 연립다세대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3,4동 일대 64만7578㎡가 3차 뉴타운으로 지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에 위치한 상계뉴타운에는 2016년까지 자연과 어우러지는 테라스하우스와 타운하우스, 복합 고층건물 등 8600가구가 건립된다. 현재 단독주택지로 단절된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녹지축이 새로 만들어지고 복개도로로 쓰이는 당현천 물길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리모델링 이야기도 솔솔 새어나온다. 상계신시가지 리모델링과 상계뉴타운 조성사업이 끝나면 다시 한번 상계지구는 새로운 시가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 매일경제 | 090805 | 장박원 이유진 기자

덧글

  • liberalist 2009/08/07 17:50 # 답글

    은평구 살다가 상계동에 이사온지 몇 주 안됐네요...
    지나던 길에 제목을 보고 들렀습니다. ㅎㅎ
  • 에스진 2009/08/08 21:01 # 답글

    개인적으로는 은평구, 서대문구 쪽을 좋아합니다. 시내까지 길이 막혀 그렇지, 양쪽으로 놓인 산세가 마음에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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