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문화산책

글쎄, 글은 말이야. 이게 그림이라도 좋고 음악이라도 좋고 무용이라도 좋고, 어떤 예술 장르이건 말이야. 그건 오는 거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구. 유명한 곡, 유명한 그림, 어느 날 섬광처럼 내리친 영감에 의한 것이 많아. 과학자의 연구가 7년간에 걸쳐 완성되었다면 그것은 실험하고 기다리고 쌓아 올렸던 연구의 시간이니 당연히 훌륭한 것이지만 예술은 불행히도 그것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7년 동안 쓴 단편이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여서 억지로 뜯어고쳤을 확률이 더 높은 거야.
그런데 이 '오는' 영감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활자에 예민해 있어야 하고, 많은 글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관찰하고 통찰한 데이터들이 머릿속에 있어야 해. 그러고는 앉아서, 친구가 놀자고 메신저로 아무리 말을 걸어와도, 아무리 재미있는 축구 시합이 있어도 그런 것들을 물리친 채로 앉아 있을 마음의 용기와 엉덩이의 끈기가 필요한 거야. (p.156~157)

더 많이 사랑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만일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을 방해하고 너의 성장을 해치고 너의 일을 막는다면 그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의 노예로 들어가고 싶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p.179)

좋은 시는, 좋은 문학작품은, 아니 좋은 예술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잠시 멍청하게 만들고 잠시 망연하게 만든다. (p.182)

나는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그 모든 삶으로부터 떠나야 했다. 사막에서라면 우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완전히 여분으로 남을 뿐이다. 나를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는 결국 나 자신마저 없어도 더 이상 아쉬울 것도 없다. (p.233)



+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오픈하우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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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영, 그녀가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2008/11/06 09:19 #

    공지영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 소설가로 베스트셀러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인기 작가다. 내가 대학시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부터 공지영의 책을 여럿 읽었지만 쉽게 읽히긴 했어도 그녀는 늘 예민하고 날카롭고 불편했다. 나는 오히려 좀 더 쿨하고 화끈한 은희경이나 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신경숙 쪽을 더 선호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나이 드는 것처럼 그녀도 나이를 먹었고 이혼이라는 터널을 거쳐 성인기에 들어선 위녕이라는 장성한 딸이 있는 엄마......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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