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213_개성공단 여행길



+ 개성공단 | 경기개발연구원


DMZ를 통과했다.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그 짧은 시간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고스란히 생소하다. 우선, 남측에 비해 '태'가 안나는 북측 병사들의 모습. 피부도 거뭇하고 신장도 그만하다. 어두운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무표정하고, 또 어찌 보면 무심한 듯한 그들의 표정이지만, 이동간에 절도 있는 모습은, '아, 여기가 북측 땅이었지' 하는 생각을 새삼 들게 한다.

북측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남측에서 만들어준 듯 깔끔하고 정갈하다. 우습다. 한 나라가 두 동강이 되어 다른 나라로 산 지 몇십년이 되었고, 이제서야 서로, 아니, 남측에서 북측으로 일방적인 관광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외국 나들이만큼 비싸고, 엄격한 절차를 밟아가면서.

파주에서야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그네들의 말씨는 생경하다. 하지만 정겹다. TV에서만 듣던 독특한 억양. 나긋한 목소리는 꿈결 같다. 그들의 목소리 탓일게다. 북측의 고립된 섬, 개성공단에 있으면 이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느낌을 받는다. 손에 잡힐 듯 하나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도 눈을 돌리면 남측 한계선인 하얀색 철책과 북측 한계선인 초록색 철책이 '현실'을 각인시켜 준다.

개성공단 어디에서든 눈을 들면 한 눈에 들어오는 잉태한 여인의 모습. 개성 송악산이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곧게 누운 여인의 얼굴 옆선은 선명하다. 그래서였을거다. 딱딱한 공단 건물들, 터닦기가 한창인 개발지구의 황망한 모습을 가까이에 두고도 조금만 시선을 멀리 하면 이내 마음은 푸근해진다.     

우리은행, 훼미리마트, 병원, 소방서, 한국전력, 식당, 공단 등을 돌아보고 다시 DMZ를 통과한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마주쳤는데도, 다시 보는 남측 병사들의 때깔 좋은 모습은 생경하다. 뽀얀 피부에 군복도 깔끔하다. 외국 나들이에서처럼 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방문증명서'에 도장을 쿵쿵 찍어준다. '출발 : 2008 02 13 도라산004 법무부', '도착 : 2008 02 13 도라산 001 법무부'.

'개성공업지구현장시찰'이라고 방문목적이 명기돼 있는 '방문증명서'는 2월 13일 당일에만 유효한 단수 증명서다. "위 사람의 북한지역 방문을 승인합니다 - 통일부장관"이라고 적힌 증명서. 불과 몇 시간만에 미지의 세계로 안내해 준 갈색 종이 한 장.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esjin.egloos.com/tb/1413008 [도움말]

덧글

덧글 입력 영역


메모장

W 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