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엄마를 부탁해 문화산책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나…… 왈칵 두렵기도 해서 첨엔 고물고물한 네 손가락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어야. 그렇게나 작은 손을 어찌나 꼭 쥐고 있던지. 하나하나 펴주면 방싯방싯 웃는 것이…… 하두 작아 자꾸 만지면 없어질 것두 같구. 내가 뭘 알았어야 말이지. 열일곱에 시집와 열아홉이 되도록 애가 안 들어서니 니 고모가 애도 못 낳을 모양이라 해쌓서 널 가진 걸 알았을 때 맨 첨에 든 생각이 이제 니 고모한티 그 소리 안 들어도 되네, 그게 젤 좋았다니깐. 난중엔 나날이 니 손가락이 커지고 발가락이 커지는디 참 기뻤어야. 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어서어서 자라라 내 새끼야, 매일 노랠 불렀네. 그러다 언제 보니 이젠 니가 나보다 더 크더구나.  - p.93~94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 2008

[스크랩]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문화산책

나는 모든 일에 점진적이라는 비밀이 가장 힘이 강하다고 본다. 우리는 무엇이든 한꺼번에 빨리 얻으려고 한다. 기다리고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걷는 길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얼마든지 단번에 정복할 수 있는 가나안 땅을 그들의 수고와 노력을 다하게 하면소 조금씩 조그씩 점진적으로 주셨다. (중략)
우리에게 희망이 있은 것은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p.31~32


+ 유정옥,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크리스챤서적, 2004/2006

[스크랩] 침묵의 거리에서 2 문화산책

"우리 집은 아빠도 없고 형제도 없잖아……" (중략)
"그래서 엄마가 중학교 입학할 때 평생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라고 그랬어. 그러니까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중략)
그제야 에이스케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캠프날 밤, 혼자 죄를 뒤집어쓰려 했다. 따져 보면 이노우에가 원흉인데도 선생님에게 고자질하지 않았다. 나구라의 배신에도 그다지 화내지 않았다. 에이스케는 굳이 불리한 입장에 서는 버릇이 있다.
"엄마가 남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지 않는 사람은 매정한 사람이래." (중략)
에이스케의 어머니는 밝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에이스케가 어머니한테 혼ㄴ나면 찍소리도 못했다. (중략)
"그리고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달아나는 사람은 되지 말래." (중략)
겐타의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 되라고 한 적이 없다. 들은 말은 거의 거짓말하지 마라, 약속은 꼭 지켜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등 당연한 소리뿐이다. 정색하고 설교를 들은 적도 없다.  - p.242~243


중학생들은 일의 심각성을 모른다. 때문에 단순한 영웅주의에 도취되어 주변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은 생명의 존엄성도, 인생의 의의도, 사람의 마음도,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p.287


중학생은 새떼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모두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몸이 반응해 생각 없이 따라가는.  - p.288~289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태평해. 그게 그 나이의 특권이지." (중략)
"다르게 말하면 동물적이지."
"맞아. 찰나적이고 단락적이지. 자기밖에 몰라." (중략)
"아이들은 누구나 그런 잔혹성을 가지고 있지만 커 가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중학생은 그 성질이 남아 있고. 학교 폭력, 집단 괴롭힘이 가장 심한 연령도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 되면 강도를 조절할 줄도 알고 동정심도 생기지."  - p.306~307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이성과 감정이 항상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단 말입니다. 근본이 그런 생물이라고." (중략)
"감정에 이성을 들이대면, 그때는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화근은 남아요. (중략) 흑백을 확실히 가리자고 나서면 더 분란을 일으키는 꼴이오. 한동안은 애매한 채로 상황을 지켜봅시다. 그것도 우리의 지혜니까요." (중략)
"시간.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야. (중략) 시간을 둔다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 p.321~322



+ 오쿠다 히데오, 침묵의 거리에서 2, 민음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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